국민일보 - 녹슨 한지 농익은 맛 물씬 2007년

박철 0 3,037

홍익대학교 서양회화과를 졸업하고 20여년간 꾸준히 한지 회화에 몰두해온 박철(56)씨의 작품은 새해맞이 서정과 잘 어우러진다. 한지를 가마니처럼 꼬거나 문짝에 바르고, 서양악기인 바이올린과 지극히 한국적인 와당(瓦當)을 한지 바탕에 양각으로 찍어내는 부조 회화의 멋이 고풍스럽다.

 

작가는 대형 위주의 최근작들을 모아 서울 대치동포스코미술관 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한지가 녹슬고 있다’라는 전시 제목처럼 한지의 녹슬고 낡고 오래된 특성을 부각시킨 작품들이 소개된다. 아크릴로 채색하던 바탕을 도토리,밤,쑥,홍화 등 천연염료로 칠해 농익은 맛이 풍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멍석 무늬와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 모양을 한지로 붙인 부조 회화는 동서양 화음의 앙상블을 이룬다. 이번에 새로 시도했다는 문짝을 프레임으로 이용한 그림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개량 한복 작업을 하는 부인의 염색 솜씨까지 더해져 질박한 느낌.

 

작가는 개성있는 작업으로 국내외 화랑에서 십수차례의 초대전을 가졌다. 서양의 미술평론가와 컬렉터들이 그의 작업에 빠져드는 것은 다른 한지 작가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기 때문.

 

평론가 윤진섭씨는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오랜 세월의 두께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유물같다”며 “사물의 존재 양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작가의 한지 회화의 요체”라고 평했다. 3일부터 13일까지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02-3457-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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