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과 소멸의 변증법적 전통 - 김종근 (미술평론가) (1989년)

박철 0 4,553

생성과 소멸의 변증법적 전통

-닥종이와 窓戶와의 만남-

 

비록 한국의 現代繪畫 뿐 만 아니라, 세계의 현대미술 사조는 거의 특정한 이즘을 열거하기 곤란할 정도로 多元化와 무국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래 한국현대미술을 이해함에 있어 감초처럼 쓰여지는 개념 가운데 모더니즘 또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무분별한 혼용이 현대미술의 그 무규정성을 참으로 적절하게 대변 해주고 있다. 그래서, 예술작품은 선천적 또는 유전적 인간의 기질과 종족과, 그 종족을 둘러싼 자연적 또는 사회적 환경, 영향을 미치는 時代(le moment)'理解하여야 한다는 텐느(H.Taine)方法論이나, 예술작품은 감정이나 思想表現과 전달 수단으로서 한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기초해서 총체적 시각 속에서 理解하여야 한다는 프랑카스텔(P.Francastel)論理가 무의미 하게 생각 될 정도이다.

意識이 다르고, 思想感情言語 人間氣質, 文化 풍토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변에 많은 미술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참다운 우리의 언어를 보기가 힘들다.

물론, 전통이라든가, 한국적이라는 用語表面化 시키기엔 아직 많은 문제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도대체 우리에게 있어 전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또 우리를 가장 특징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韓國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이러한 질문은 우리들 모두의 질문이자, 박철의 첫 번째 예술적 물음일 것이다.

일찍이 메윤(E.McCune)여사는 韓國美術‘The Art of Korea’에서 韓國美의 특징은 保守性自然에 대한 사랑으로, 柳宗悦朝鮮과 그 芸術에서 비애와 고통의 숙명이 造形美를 낳게 되었다고 하고, 高裕燮구수한 큰맛또는 무계획의 계획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多樣美觀에서 우리의 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예술가들이 자기민족과 조국에 대한 예술적 전통의 세계와 특징을 보여주려고 애써 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박철의 작품이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특별하게 그의 회화에 비교적 집요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잊어버린 작은 것들이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창호지를 바른 문, 그 문에 달려있는 고리, 옛날책에 쓰여진 古書, 거울 그리고 멍석 등 결코 특별한 소재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적어도 박철은 그러한 대상들에서 그가 바라보는 한국적인 그리고 전통적 미가 숨결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들은 그에게 하나의 충실한 회화적 소재로 받아들여지며, 이것의 매재로 그는 文明의 시녀라고 불리울 정도로 오래된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종이가 현대회화에 끼친 영향을 간과 할 수는 없다. 큐비즘 時代의 파피에 꼴레나 꼴라쥬(Papier Collé Collage), 60年代의 팝아트(Pop Art) 미니멀 아트(Minimal Art) 섬유예술의 플레이팅(Plaiting) 技法까지 우리의 文化와 같이 한 종이 가운데 닥지를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각각의 色韓紙를 찢어 덧붙임으로써 그는 시간의 지속성을 인식시키기도 하며 그 아래에 일정한 틀을 두어 하나의 충실한 浮彫(Relief)를 만든다.

그의 이 浮彫的 表現은 다분히 조각적 원리 보다는 立体的 表現이 중시된 繪畵的 浮彫(Malerisches Relief)이다.

그가 의도하고 있는 (Image)이나 형태는 그래서 직접 면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방법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平面에 대한 입체적 表現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다만 表現多元化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한 문제로 지적 될 수 있지만) 形式的인 측면에서 그는 종이를 물에 적셔 붙이고, 그 위에 다시 반복적으로 덧붙임으로써 시간의 문제를 끌어들인다. 그의 보다 근원적인 시간은 그 자신이 방법론과 함께 명백하게 밝히고 있듯이 소멸되는 창이나 부서지는 문처럼 한 모퉁이를 좌우 상하 또는 竝列式으로 틀(석고 또는 시멘트)을 만든 다음 古書나 닥지(皮紙), 色韓紙를 찢어 겹겹이 반복적으로 붙여 말린 다음 떼어내는 틀에 의한 成形作業을 하고 있다이와 같은 작업은 이미 소멸 되어진 것을 다시 生成시키는 내재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생성과 소멸을 통하여 그는 전통이 갖는 법칙성을 변증법적으로 확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흘러간 古風스러운 대상들을 다시 채용 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작업이 伝統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 전진케 하는 시간과 공간속에 확대되어 한국적인 伝統 뿐만 아니라 오랜시간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 까지 여러 다른 문화에서 나오는 많은 가치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自覺 할 수 있다는 예술관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런 전통에 관한 인식은 비록 수몰지구나 폐가에서 부서지고 허물어진, 벽속에 간신히 남아있는 古窓의 이미지를 다시금 회복시킨다는 것은 단절된 시공간의 위치를 접맥 시킨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재현된 이러한 事物들이 얼마만큼의 보편성을 획득할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 이다. 그러나 그가 집요하게 전통과 한국적인 문제를 다루었을 때 그의 작업에 의미는 우리에게 새로운 繪畵的 美感을 던져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을 우리가 용인 한다면 그는 평면회화의 답보성과 무국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현대회화의 평면성을 극복된 양태로 이해 될 수 있으며 전통의 시공간성을 전이 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회화라는 세계 속에 서있을 때 그의 회화에 조형성과 균형, 단조로운 소재의 빈곤과 방법등은 또 다른 차원에서 비중있게 탐구 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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