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의 이미지화
1978년 첫 개인전에서 먹과 화선지를 사용한 찍기작업을 선보인 이후 만5년만에 다시 자신을 들어내 보이는 박철의 시도는 종전의 「찍기」로부터 다시 이것을 「이미지化」에 의해서 변형, 전개시키려는 발전과정을 보이고 있다. 78년경 그의 찍기는 애초에 「찍는다」는 행위와 어떤 「이미지」를 기대한다는 의식이 서로 모호하게 엇갈리면서 이미지 보다는 찍는 「行爲」쪽을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나는 그의 활동에 관해,
「따라서 이 작가는 거의 豫期치 않은 이미지化를 시도한 셈이고 이것을 ‘찍는다’는 활동 속에서 펼쳐 보이려 하였다고 생각된다.」
고 기술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그는 이 「찍기」라는 작업의 유용성을 생각하면서 「이미지化」를 보다 더 강조하려는 약간 비약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애초의 찍기는 원천적으로 이러한 이미지의 문제를 사실상 내포하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나는 벌써전에,
「이로보아 박철의 ‘찍기’는 이미지의 문제에 관련되어 있음이 들어난다.
그리고 그가 이것을 보다 예기치 않은 각도에서 시도할 수 있었던 사실은 하나의 작가적 葛藤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는 사실을 지적해 둔 바 있지만 사실상 그는 바로 현재에 찍기로부터 이미지화의 문제를 이제는 「예기치 않은 각도」에서가 아닌 전혀 의식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이미지화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化」의 시도는 특히 나비, 오징어, 연, 나뭇잎, 문자, 창틀, 등 경험적 주제들을 도입하고 여기에다 날염용 염료를 사용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어서, 일견 종래의 시도와는 성격상 아주 달라보이기도 한다. 화선지를 바탕으로 광목을 사용해서 패턴의 배열을 찍는 형식은 格子型, 單一直別型, 單位패턴型등으로 하여 그 이전의 자유분방성에다 규칙성을 부여하려는 전체적인 변화를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화」의 형태는 현재에 관한한 박철의 새로운 아이디어의 러프한 시범으로 보아서도 좋을 정도로 거침없는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과제는 이 「이미지化」가 어떠한 과정을 밟아서 정착될 것인지를 보다 정직하고 착실하게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 당장은 「찍기」로부터 「이미지化」에로 전환되는 강조의 이행과정 중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기대는 바로 그가 이 과정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더불어 현재는 어떠한 위치에서 여하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여지없이 간파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는 점이다.
1982.8
김복영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