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적 韓紙 작업의 현대적 造形 - 이구열 (미술평론가) (1992년)

박철 0 3,226

토속적 韓紙 작업의 현대적 造形

 

현대미술의 현저한 특징적 양상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독특하거나 기발한 방법 또는 형식의 조형 아이디어와 표현적 독자성을 앞세운 작가들의 경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경합은 작품행위와 창조적 형상에서 어떤 차원의 현대적 실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현대미술양상은 歐美의 새로운 방법 또는 형식에서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은 형태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조형 아이디어와 특질적 표현질로 뚜렷한 현대적 작가상을 부각시킨 존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의 독특한 작품활동이야말로 세계와 견줄만 한 한국 현대미술의 전통 구축이자 그 자부심의 후속적 활기에 직결된 것이었다.

현대적 미술행위로서의 온갖 특이한 방법과 형식이 경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한 작가의 참된 성공적 부각과 평가는 결국 내면적 차원의 표현성과 예술적 진실성의 농도에서 말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기법적 내지 방법적 깊이 및 세련성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저런 각도에서 박 철의 독특한 조형 아이디어 작업인 韓紙浮彫 형태의 작품성과는 매우 주목할만하다. 그 작업의 재료는 한국적 토속미의 정서감을 지니는 백지·창호지·닥피지(닥지) 등의 전통적 한지와 낡은 옛책의 한문 활자본 또는 한글 육필본의 낱장들을 면밀한 계산과 구상을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종이 재료의 작업은 농촌의 폐가나 수몰지구의 사라지게된 오랜집에서 눈에 잡히는 대로 떼어 오거나 집어올 수 있었던 소박한 창틀 구조와 멍석 등을 적절한 구성적 표정의 실물 형상으로 삼아 紙質浮彫의 작품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본시 추상적 작품활동의 양화가였던 박철이 그러한 토속적 내지 한국적 표상미의 한지 조형작업에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부터였다. 19896월에 닥종이와 창호의 만남으로 표제한 한지 작업의 첫 발표전(현대백화점 미술관)을 가질 때에 한 미술잡지에 박철 자신이 쓴 글에 그 동기와 착상의 배경이 밝혀져 있다.

경북 安東대학 미술과에 출강하던 박철은 1986년부터 시작된 安東 근교의 임하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던 오랜 터전의 농촌마을에서 폐가의 각종 문짝과 창틀을 비롯하여 농기구·멍석·여물통·기와조각 등을 수습하여 간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를 계기로 그는 산업적인 국토개발의 미명에 밀려 사라져 가던 한 삶의 현장의 공허해진 殘像들을 자신의 미술작품의 상념적 조형요소로 수용하여 살피는 방법의 가능성을 착상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朴哲의 창작적 작품화 해결 및 성과를 통해 묘미있게 실현되었다. 그 과정은 일정한 크기의 작품구상에 따라 1단계로서 석고나 시멘트 반중의 부피 있는 평면적 바탕을 준비하고, 2단계의 조형 진행으로서 전통미의 각별한 애착이 작용한 수습 및 수집품의 民家 문짝과 들창, 멍석, 맷방석, 무늬진 기왓장, 문고리가 붙은 문틀 등 실물을 구성적 배려와 조형계산으로 눌러대어 확실한 기본틀을 만든다. 그리고 그 틀 위로 이미 말한 각종 한지 재료를 수십겹은 되게 물로 덧붙여 씌운 뒤 쓰다듬고 두들겨밑의 형상의 재현적 현실감을 浮刻시키고, 그를 햇볕에 말려 단단하게 成形化 시킴으로써 완성을 보는 것이다.

그 창작적 진행과정에서 표면이 되게 한 종이에는 자유로운 색상 이미지의 회화적 표상을 부여하여 조화시키는 복합적 방법이 병행되기도 한다. 그 복합적인 작업의 이해는 작가가 쓴 다음과 같은 상세한 해명의 글에서 한층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작품화된 매체를 통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내가 느끼고 감지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을 수법으로는 평면적인 유화나 드로잉보다는 전혀 뜻밖의 조소나 부조의 기법을 도입한 떠내는작업을 구상했고, 구체적인 자료 설정의 과정에서는 우리것에 맞게 표출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우리의 옛 한복(댕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결코 화려하지 않은 약간의 노랑주황과 연두색쯤의-은은하고 조용한 색깔의 표현을 위한 닥종이(皮紙)와 색한지, 더불어 옛글자들이 씌어져 있는 고서적의 낱장 등을 생각해내게 되었는데, 그것을 몇 차례의 습작을 통해서 우리의 옛것들과 닥종이는 서로가 절묘한 상호적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는 긍정적 자신감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朴哲의 그 옛것들, 곧 시골 농가의 삶과 그 환경의 형체들과 전통적인 한지 결합의 절묘한 조화는 결국 그의 창작적 의도를 충족시킨 궁극적 작품성과를 가져오게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진지한 그 작업으로 자신의 조형세계를 새롭게 성립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더구나 그것은 현대적인 방법이면서 한국인의 삶의 역사의 한 단면적 본질을 발언하게 한 구체적 상징의 형상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내면세계인 것이다.

그 작업은 지난해부터 그 자체의 단조로운 한계성 자각 때문이었는지, 구체적 실물의 형상 범위를 선택적으로 넓히려는 관심을 새로이 수반하고 있다. 역시 조형적 부각미 자체를 묘미 효과가 두드러지는 서양문화의 바이얼린에 집중시킨 새로운 연작이 그것이다. 그로써 朴哲의 작업은 그간의 한국적 토속성과 상징성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셈이기도 하다.

앞의 바이얼린소재 시리즈는 한국에도 진작에 정착되 있는 서양문화 생활의 한 수용실체로서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이다. 그러한 관심과 시각의 확대 의도로 미루어 朴哲의 그러한 작품추구는 앞으로 거듭 새로운 구체적 모티프로 지향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우리의 지속적인 조목의 대상이 되어 있다.

 

미술평론가 이구열(李龜烈)

Modernistic ethnographic
treatment of Korean paper

 

A noticiable characteristic of the modern art scene is to be found in the fact that the artists are vying with one another on the strength of their novel approaches to or techniques of molding and the uniqueness of their modes of expression. And that a realization of modernistic artistic values is a presupposition of their creative process.

In the past few decades the development of modern art in Korea has been a process heavily influenced by new trends in the art of the West. There have been not a few Korean artists who pursued their own unique concepts of molding and expression, however. Theirs has been an effort to build a tra-dition in the country’s modem art which can claim its own place in the world art scene.

Although there is a wide variety of techniques and forms being tested the final appraisal of either sucess of failure of an artist hinges on his expressiveness of an inner dimension and his artistic honesty. This also has to do with the degree of refinement of his skill.

In this regard the works of Chul Park which are done in relief utilizing Korean paper (made from mulberry fiber) are noteworthy. He uses Korean
paper and printed and handwritten pages from old books, items with ethnic, nostalgic implications, in his compositions. He uses these together with lattices, straw mats, etc, which he salvages from abandoned farm houses to create his reliefs.
Originally an abstract oil painter, Chul Park began to devote himself to giv-ing an expression to ethnographic qualities unique to Korea through
paper-molding a few years ago. He held his first exhibition of paper relief works at the Hyundai Department Store Gallery in 1989. The motivation of his switch to the new art genre was explained by him in an article he wrote for
an art magazine.
While a lecturer at Andong University in North Kyungsang Province in 1986 he saw a farm village being submerged as a result of a dam construction near Andong. Before the village was submerged he had had an opportunity to
salvage door frames, lattices, farming tools, straw mats, etc, from the farm houses there. It was at this time that be conceived an art form for the preser-vation of an afterimage of life in a disappearing community and the conception eventually came to bear fruits in the paper works he created.
His creating process comes in three phases. In the first phase he prepares a thick base with a mixture of plaster and cement. In the next he impresses the base with door frames, lattices, straw mats, roof tiles of a door with a doorpull according to his minutely calculated composition. In the next and finnal phase he presses layer after layer of Korean water or the pages of the old books after soaking them in water in the mold formed in the base by the im-pression of the farm house objects. When the molded paper relief is dried in the sun he has his works completed. He sometimes paints colors on the result of his formative art. The artist wrote in his magazine article:
It occured to me that carving and modeling might be more effective in imparting what I felt to the viewer than oil painting or drawing. And to give my works an ethnic quality I chose orange color and light green. the serene colors, reminiscent of Korean's traditional costumes, to finish them. In the course of repeated experiments I found that the farm objects and the tra-ditional Korean paper came into perfect harmony with each other.
It was this perfect harmony that has made the artist’s experiement a success. He has succeeded in developing an artistic world of his own by means of giv-ing an expression to a traditional way of life.
But he may have perceived limits to the scope of materials he chose to bring into his composition for beginning last year he has brought the violin into the world of his art. In other words, he has expanded his horizen to em- brace things western as well. I expect the scope of his motifs continue to ex-pand in the future. He is sure to continue to draw our attention.

 

Ku-yol Yi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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