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허의 미

박철 0 395


페허의 미

    나는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경기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 둘레 길을 혼자서 돌아보곤 한다. 가다보면 성이 허물어져 페허가 된 성벽을 보고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잘 정리되고 수리된 성벽보다 페허가 된 성벽이 어찌 그리 마음에 와 닫는지, 아마 나는 시간이 묻어나는 페허를 사랑하고 있나보다. 옛 선조들의 성벽을 쌓기 위한 처절한 삶, 활과 포와 창칼이 난무하는 전쟁터, 부상, 죽음 등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 옛 가요인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 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는 한국인의 한을 노래한 황성옛터의 가사가 생각이나 잠시 흥얼거리곤 한다. 
40여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는 한지라는 한국성의 재료로 사유하고 감동하는 페허의 미를 어떻게 현대적이고 조형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해야 할지 오늘도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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